저번 시간에는 007 시리즈와 함께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의 과거 모델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오늘은 2018년 출시된 현행 모델인 4세대, Ref.210.30.42.20.01.010 모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그동안 약 6년 주기로 세대가 교체되던 씨마스터가 2025년부터는 더 이상 세대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제품 번호로 두 가지 디자인을 동시에 출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오늘은 이 두가지 디자인을 함께 살펴보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3세대 출시 이후 6년뒤 2018년에 등장한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의 가장 큰 외관적 변경점은 3세대에서 사라졌던 물결무늬 다이얼의 부활입니다. 세라믹 다이얼을 사용했으며, 2세대의 촘촘한 물결보다는 굵직한 물결을 레이저 각인을 통해 음각으로 표현했습니다. 측면에서 보면 물결무늬의 깊이가 한눈에 느껴질 만큼 정교하게 표현된 점도 인상적입니다. 이를 과시하듯 다이얼 중앙에는 세라믹을 뜻하는[ZrO2]를 표기했습니다. 그러나 과거 2세대의 물결을 그리워하는 수요가 많았는지, 세라믹 다이얼 대신 과거와 유사한 알루미늄 다이얼로 회귀했고, 물결무늬 역시 이전과 비슷한 형태로 돌아왔습니다. 2세대부터 사용되었던 레드 폰트와 스몰 핸즈 역시 모두 화이트로 변경되면서 더욱 깔끔하고 담담한 디자인이 완성되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2025년 모델에서는 데이트창까지 제거하여 다이얼의 밸런스를 한층 더 세심하게 고려했습니다.
무브먼트는 두 모델 모두 오메가의 오랜 기술력이 집약된 오메가 칼리버 2500에서 칼리버 8800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두 모델 모두 마스터 크로노미터(METAS) 인증을 받았으며,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를 적용하여 마찰을 최소화하고 윤활 주기를 늘려 무브먼트의 내구성과 신뢰도를 더욱 높였습니다. 또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 등을 사용해 15,000가우스 이상의 자기장 환경에서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뛰어난 항자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이렇게 기술적, 디자인적으로 큰 도약을 이룬 4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은 다양한 에디션도 존재합니다. 제임스 본드는 물론 올림픽 에디션 또한 매 올림픽이 개최할때마다 출시되고 있죠. 그중 눈여겨볼만한 모델이 있다면, 007 NTTD(No Time To Die) 에디션 입니다. 이 모델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본드를 연기하며 가졌던 "본드라면 어떤 시계를 선택할까?"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오메가와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습니다. 덕분에 NTTD 에디션은 가벼우면서도 매우 견고한 티타늄 케이스를 사용해 본드의 역동적이고 실용적인 면모를 강조했고, 브라운 톤의 다이얼과 함께 빈티지한 매력을 더했습니다. 특히 다이얼과 케이스백에 새겨진 브로드 애로우(Broad Arrow) 마크는 영국군 소속인 제임스 본드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며, 본드만의 밀리터리 스타일을 완벽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4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드림워치였고, 2025년 새 모델의 수정된 다이얼은 정말 취향에 딱 맞는 시계였지만, 줄어들지 않은 사이즈, 데이트창이 빠졌음에도 그대로인 두께, 무엇보다 오메가의 꾸준한 리테일가 인상으로 인해 지금은 후순위로 밀려난 비운의 시계입니다. 언젠가 오메가가 제 손목에도 딱 맞는 씨마스터를 출시한다면, 그때는 꼭 한번 경험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