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브랜드 하면 대부분 스위스를 먼저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장인들의 나라’라 불리는 독일 역시 이에 결코 뒤지지 않는 탁월한 기술력과 예술적 감각을 지닌 시계 브랜드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독일 중부 작센 지방의 작은 마을 글라슈테에서 탄생한, 글라슈테 오리지날(Glashütte Original)의 파노리저브(PanoReserve)를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독일의 시계산업은 중립국이였던 스위스에 비해 세계대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독일 동부에 진주한 소련군이 글라슈테 지역의 시계 공방들을 폐쇄했고, 동독 정부는 글라슈테 지역의 시계 공방들을 강제 통폐합하여 GUB(Glashütter Uhrenbetriebe)라는 국영 기업으로 만들었습니다. 1990년 GUB는 동독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며 사명을 글라스휘테 시계 회사(Glashütte Uhrenbetribe GmbH)로 바꿨고, 1994년에는 현재의 사명으로 이름을 바꾸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2000년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스와치 그룹에 합류하게 되어 독일 시계의 역사를 랑에, 노모스, 진과 함께 이어가고 있습니다.
파노리저브는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모델 중에서도 특히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합니다. 이는 3/4 플레이트를 채택한 덕분인데, 과거 포켓 워치 무브먼트는 베어링과 휠이 개별 브릿지와 콕 아래에 위치해 있어 조립 시 각 부품과 휠을 정확히 배치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페르디난드 아돌프 랑에(당시 GUB 소속, 차후 아돌프 랑에의 랑에 운트 죄네는 1994년 독립하게 됩니다.)는 주요 휠의 모든 축을 하나의 위쪽 플레이트에 고정시키는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개별 베어링의 위치가 고정되어 조립 과정이 크게 개선되었으며, 무브먼트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향상되었습니다. 약 20년간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1864년에는 플레이트가 무브먼트의 3/4을 덮는 형태로 발전하게 되었고, 이를 '쓰리쿼터(3/4) 플레이트'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3/4 플레이트의 도입으로 무브먼트의 안정성이 향상되었으며, 조립 과정의 효율성이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또한 넓은 플레이트 표면은 장식과 마감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여 미적 가치를 높였습니다. 이러한 디자인 혁신은 글라슈테 지역의 시계 제조사들 사이에서 선호되며, 독일 시계의 전통과 기술력을 상징하는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이로인해 파노리저브의 디자인은 아워, 미닛핸즈와 분리된 세컨핸즈, 파노라마 데이트, 그리고 파워리저브가 절묘하게 다이얼 위에 존재하게 됩니다. 이러한 비대칭형 디스플레이 다이얼은 기존의 스위스메이드 시계와는 다른 시각적 아름다움을 주기에 충분하죠. 여기서 더해 파노라마 데이트는 Panoramadatum, 파워리저브는 Gangreserve, 독일어로 기입하여 Made in Germany를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무브먼트는 인하우스 매뉴얼 와인딩 무브먼트인 칼리버 65-01로 구동되는데, 42시간의 파워 리저브가 가능하다. 사파이어 크리스털 백 케이스를 통해 글라슈테 오리지날이 특허를 갖고 있는 듀플렉스 스완-넥 조정 장치와 핸드 인그레이빙된 밸런스 콕, 스크루 밸런스가 적용되어있습니다.
파노리저브의 각 구성 요소는 독일 특유의 실용성과 기능성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파워리저브는 수동 무브먼트의 남은 동력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며, 큼지막한 파노라마 데이트 창은 한눈에 날짜를 확인하기에 용이합니다. 특히, 파노라마 데이트는 날짜가 변경될 때마다 특유의 기계적인 소리를 내며, 이는 파노리저브만의 매력적인 특징 중 하나입니다.이 소리는 특별한 감각적 즐거움을 느끼기에 충분하며, 직접 들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오늘은 독특한 매력을 지닌 독일 브랜드,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파노리저브에 대해 소개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모델인데요. 다이얼의 비대칭적 레이아웃과 3/4 플레이트 같은 독일 시계 특유의 독창성과 실용성이 매력적입니다. 크기와 두께가 약간 아쉽지만, 평균적인 손목이라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모델이라 생각됩니다. 오토매틱 무브먼트가 탑재된 파노매틱 루나 모델도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죠.
국내 부티크는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무역센터점 두 곳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글라슈테 오리지날 카탈로그를 무료로 신청할 수도 있습니다. 카탈로그를 신청하면 브랜드 소개 책자와 함께 정성스럽게 준비된 초콜릿까지 배송된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이런 세심한 서비스가 바로 스와치 그룹의 하이엔드를 담당하는 브랜드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카탈로그 신청은 글라슈테 오리지날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니, 기회가 되신다면 글라슈테 오리지날을 꼭 경험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스위스 브랜드와는 또 다른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될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