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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의 또다른 페르소나, 블랙베이 54

술술티 2025. 3. 14.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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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튜더가 대한민국에 공식 입점한 지도 어느덧 7년이 되어갑니다. 그동안 튜더는 롤렉스와 차별화된 마케팅과 전략을 통해, 단순한 하위 브랜드가 아닌 독립적인 시계 브랜드로 자리 잡고자 했습니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롤렉스가 과거 모델을 복각하는 방식을 거의 취하지 않는 반면, 튜더는 마치 그 역할을 대신하듯 여러 복각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마치 롤렉스가 직접 하지 못하는 복각을 튜더라는 브랜드를 통해 풀어내는 듯한 모습이죠. 그리고 그중에서도, 1954년 출시된 튜더의 첫 번째 다이버 워치, Ref. 7922의 정신을 그대로 담아낸 모델이 있습니다. 바로, 블랙베이 54입니다.

(좌) 러버 스트랩 (우) 브레이슬릿

 

블랙베이 54는 2023년 워치스앤원더스에서 처음 소개되었으며, 큰 호응을 얻어냈습니다. Ref. 7922와 동일한 37mm 케이스 사이즈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기술과 소재를 더해 빈티지 감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모델로 탄생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베젤의 디자인입니다. 기존 블랙베이 58과 달리, 60분 마커가 생략된 단순한 베젤을 채택해 오리지널 Ref. 7922의 특징을 충실히 재현했습니다. 또한, 블랙베이 시리즈의 상징과도 같은 '스노우플레이크 핸즈' 대신, 튜더의 초기 다이버 워치에서 볼 수 있었던 롤리팝 핸즈를 적용해 더욱 클래식한 분위기를 강조했습니다.

Ref.7922

튜더는 욕심쟁이입니다. 블랙베이 54는 비주얼적으로는 Ref. 7922를 훌륭하게 재현하면서도,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현대적인 요소를 아낌없이 적용했습니다. 우선, 블랙베이 54에는 케니시(Kenissi) 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MT5400이 탑재되었습니다. 크로노미터(COSC) 인증을 받은 이 무브먼트는 7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해 뛰어난 실용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적용해 자기장에 강한 내구성을 확보했으며, 정밀성과 안정성 면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보입니다. 브레이슬릿 또한 과거의 감성을 그대로 살리면서 현대적인 편의성을 더했습니다. 블랙베이 54는 리벳 브레이슬릿 디자인을 적용해 빈티지한 느낌을 강조했지만, 내부적으로는 최신 기술이 반영되었습니다. 튜더의 T-fit 시스템이 탑재되어 미세 조정이 가능하며, 덕분에 사용자는 도구 없이도 브레이슬릿 길이를 즉각적으로 조절할 수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능이 롤렉스의 글라이드락(Glidelock) 시스템과 유사하다는 점입니다. 글라이드락은 롤렉스 프로페셔널 모델 일부에 적용된 기술로, 튜더는 이를 블랙베이 54에 적용하며 헤리티지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시계 구매에 있어 브랜드의 인지도와 네임벨류는 무시할 수 없는 영역입니다. 저 또한 많은 고민이 되었던 부분이였고요. 하지만 손목에 블랙베이 54를 올려본 순간 그러한 고민은 무의미 했구나 느껴집니다. 튜더는 과연 롤렉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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